비주얼과 올바름, 최대로! – [겨울왕국2] 리뷰

1. 전작의 단점을 보완하지 않은 속편.

솔직히 말해보자. <겨울왕국>이 서사의 빈틈이 없는 촘촘한 이야기였나? 그렇지 않다. 많은 관객들도 그걸 알고 있다. 그러나 엘사-안나의 독보적인 캐릭터와 올라프-크리스토퍼-스벤의 유머담당 일찐(?)들의 활약으로 이 영화는 국내에서 1000만관객 돌파라는 애니메이션계의 독보적인 기록까지 세운 작품이었다. <겨울왕국 2>도 전작과 같은 매력을 갖고 있다. 그말은즉슨 단점 또한 그대로란 말이다.

그렇다고 별로인 속편인가? 그렇진 않다. <겨울왕국 2>는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영리한 영화다. 전작에서 아이들을 단숨에 홀렸던 엘사의 렛잇고 씬의 비주얼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다들 ‘아아~ 아아~’ 흥얼거리며 영화관을 빠져나올게 분명하다. 장담한다. 디즈니가 추구하고 있는 정치적 올바름을 슬쩍 끼워넣었으며, 주인공인 엘사와 안나의 성장스토리까지 적절히 버무린, 디즈니스러운 속편이다.

‘디즈니’스럽다는 말은 적당히 교훈적이고, 적당히 PC하며, 적당히 다수의 관객을 만족시킬 만한 이야기를 하면서, 상술까지 부릴 줄 안다는 말이다.

2.유머는 올라프와 크리스토프-스벤 듀오가 다한다.

<겨울왕국 2>는 전작에 비해 상당히 어두운 영화다. 주된 이야기는 아렌델 왕국의 숨겨진 역사, 엘사가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원인을 밝히기 위한 어드벤처물인데, 그 비밀들이 소위 ‘레릿고’ 외쳐대며 엘사바라기를 자처하던 아동들이 쉽게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이야기다. 하지만…

 

 

  

 

<겨울왕국 2>은 영악한 속편이다.

엘사와 안나가 자신들의 근원을 향해 힘겹게 거슬러 올라가는 동안, 스벤은 시기적절하게 관객을 웃긴다. 전작을 본 사람들만 웃을 수 있는 유머도 구사한다. 영화를 설명하는 변사마냥 전작의 줄거리를 축약시켜 읊는 씬은 이 영화의 킬링 포인트다. ‘여기서 이런 전개를? 여기서 이런 대사를?’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행동을 할 때마다 스벤은 능청스럽게 제4의벽을 외줄타기하는 것처럼, 혹은 그런 어색함을 느낀 관객을 대변하는 것처럼 원래 다 그런 거라며 말하기도 한다.

크리스토프는 사실 이번 작품에서 소외받을 캐릭터다. 영화의 주된 서사에 영향을 끼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영화도 그걸 잘 안다. 그래서 대놓고 90년대 북미 락발라드 뮤직비디오를 연상케 하는 뮤지컬 넘버를 열창한다. 그 코드를 아는 사람들만 박장대소할 수 있는, 다분히 미국적인 유머코드다. 스벤과 순록들이 크리스토프 뒤에서 코러스 치는 장면은 퀸까지 연상된다.

 

3. 미국적인, 너무나 미국적인.

<겨울왕국2>와 최근 헐리우드의 작품들을 보면서 느낀 점.

헐리우드는 트럼프 아니었으면 어쩔뻔했냐.

2016년, 트럼프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미국 예술계는 현재를 소위 트럼프시대라고 명명하며 그의 당선 이후 변화된 사회분위기를 풍자하고 저격하느라 여념이 없다. 멕시코 장벽, 네이티브 아메리칸(인디언), 혹은 과거의 야만적인 미국역사에 대한 성찰, 환경보호가 최근 헐리우드의 주된 코드다. (+ 페미니즘까지. 그러나 <겨울왕국>이 페미니즘을 주요이슈로 불러일으켰던 하비 와인스타인 성추문 사태 이전에 만들어졌던 작품임을 감안하면, 디즈니는 그 전부터 상당히 진보적인 스탠스를 취한 것이라 판단하자.)

엘사와 안나가 자신의 근원을 찾는 여정은 현실의 미국사를 되돌아보는 행위다. 공개된 예고편과 스틸컷에서 보여졌듯, 숨겨진 세상의 사람들은 미국 원주민이 연상되지 않을 수가 없다. 더이상 언급하면 스포일러가 되니 여기까지만. 영화의 세계관 속 엘사는 숨겨진 세상과 아렌델 왕국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특별한 존재라는 점만 알아두자.

덧, <겨울왕국2>는 이제 애들영화 아니다. 전작을 본 9살,10살 아이들이 이미 10대 후반이라는 점을 고려하자.

 

 

4. 대놓고 굿즈 판매를 위한 불도마뱀.

이성적으로 판단해 보자. 불의 정령 역할을 하는 도마뱀 ‘브루니’가 이 영화의 서사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가? 없다. 제로다. 그저 엘사가 주변사람들을 위해 희생을 무릅쓴다는 성격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그마저도 한 씬밖에 없으니까. 그렇다면 이 불도마뱀의 역할은 뭐다? 디즈니의 굿즈 판매를 위함이다. 우리는 디즈니가 장사를 정말 잘하는 콘텐츠기업임을 알아두도록 하자.

 

 

브루니 키링이나 인형 나오면 사야겠다.

 

 

5. Let it go, 그 다음은 Show yourself

겨울왕국 시리즈는 엘사-안나의 성장이야기다. 전작이 엘사가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겠다는 이야기라면, 이번 작품은 그걸 넘어서 자신의 근원을 되짚고 존재이유를 묻는, 전작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이야기라는 점이다. 이는 너무나 미국사를 은유하는 서사이기에 미국에 관심없고 영화 속 인물의 캐릭터만을 좋아했던 이들에게는 시큰둥할 수 있다. 뭐, 누구는 정치적 올바름만 찾다가 끝나는 영화라고 비아냥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원래 예술이라는건 그런거죠. 그리고 영화는 예술이구요. 현실을 외면하거나 신경쓰지 않는 예술이 과연 예술입니까 🙂

<겨울왕국 2>는 그걸 과하지 않게 주인공들의 성장서사에 맞춰서 정치적 올바름을 구현했다. 전작의 아성을 견디는 속편은 흔치 않은데, <겨울왕국 2>는 전작과 동등하거나 넘어서진 않더라도 견뎌내는데에는 성공한 영리한 속편이다. 뮤지컬 넘버도 전작보다 훨씬 풍성해졌다. 음악과 비주얼만 하더라도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이니 걱정하지 않고 보도록 하자.

다 필요없고 우리 엘사여왕님 새로운 드레스로 환복하는 씬 보러 가세요 🙂